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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해하는 일, 치료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향숙교수님、 그녀의 이야기 - 현장에서 배운 치료, 치료의 본질을 바꾸다 - 사람을 고치는 일이 아닌, 사람을 이해하는 일
  • 기사등록 2026-03-25 17:41:46
  • 기사수정 2026-03-30 21: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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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타임즈(cybertimes)=이선정 경기중부거점장]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는 질문에서 시작된 길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직업은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 누군가는 사명감으로, 누군가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또 누군가는 아주 사소한 질문 하나로 이 길에 들어선다. 김향숙 교수의 시작은 조금 다른 지점에 있었다. 상담이 아니라, 강의였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녀느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현장의 경험 없이 하는 강의가 과연 전달력이 있을까?”


그 질문은 단순한 고민이 아니었다.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으로서의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가까웠다. 결국 그녀는 답을 찾기 위해 직접 상담 현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조금씩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장은 생각보다 더 복잡했고, 더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책에서 배운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있었고, 하나의 방법으로는 다룰 수 없는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상담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그 자리에 와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은 낯설지 않았다. 불안, 상처, 관계의 어려움,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 그녀는 그 감정들을 보며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내담자의 문제는 그 사람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단지 누군가는 그것을 잘 다루며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고, 누군가는 아직 조절되지 않아 상담실에 앉아 있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그 깨달음은 그녀의 시선을 바꾸어 놓았다. 상담은 누군가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이해는 누군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것. 그래서 그는 상담이라는 일을 특별한 누군가를 위한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어쩌면 치료자는 사람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를 이해하도록 곁에서 함께 서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 치료를 바라보는 가장 기본적인 시선

그녀가 상담을 통해 발견한 것은 단순한 기술이나 방법이 아니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김향숙 교수는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존중’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조건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풍요로운 환경에서 출발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삶을 시작한다. 흔히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말로 그 차이를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 출발선의 차이가 존중의 차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는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치료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그녀는 특히 저소득층이나 태어날 때부터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는 결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치료는 누군가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존재를 인정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태도는 상담실 안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치료자는 왜 이 일을 계속하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그녀가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고 느낀 순간은 거창한 성취의 순간이 아니라 한 사람의 변화 앞에서였다. 오랜 시간 상담실에 나오지 못했던 한 내담자가 있었다. 성폭행 피해를 겪은 30대 여성으로, 10년 동안 반복된 상담과 치료를 이어왔지만 좀처럼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 내담자를 만났을 때, 이미 그 사람의 삶에는 수많은 상담의 시간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상담은 다시 이어졌다. 결국 그 내담자는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종결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 그 사람은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매년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온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생각한다. 이 변화는 단 한 번의 상담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수많은 상담과 노력들이 조금씩 상처를 덮고, 결국 한 사람을 다시 사회로 돌아오게 했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상담을 ‘잘해낸 결과’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에게 여러 번의 상담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 그 자체가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녀를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게 만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상담을 만날 수 있기를, 그 가까운 곳에 자신도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그녀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그녀는 과연 어떤 치료자를 좋은 치료자라고 생각할까. 

“보자기 같은 치료자입니다.” 그녀의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단단한 여행용 가방은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이고 견고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기는 것들은 가방의 형태에 맞춰야만 한다. 반면 보자기는 다르다. 어떤 모양이든 그대로 드러내며 있는 그대로 감싸 안을 수 있다. 그녀는 치료자 역시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상담자의 이론이나 방식에 내담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모습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떤 내담자라도 있는 그대로 담아 낼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것. 결국 좋은 치료자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한 사람의 회복을 지켜보며 그녀는 확신하게 되었다.


치료란 사람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일이라는 것을.

 

 



기술로 시작해 관계로 완성되는 치료는 기술일까, 관계일까.

이 질문에 대해 그녀는 쉽게 답하지 않는다.


“상담은 기술로 시작하지만 관계로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에는 분명 이론과 기법, 그리고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것들은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도구가 된다. 하지만 그 도구가 상담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때로는 정교한 기술이 오히려 날카롭게 작용하기도 한다. 상처를 다루는 일인 만큼, 그 접근이 섬세하지 않다면 의도와 다르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상담자에게 더 중요한 기준을 이야기한다.


열 번의 훌륭한 상담보다 단 한 번의 상처를 남기지 않는 것. 그것이 치료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말한다.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다.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 그리고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시간. 그 안에서 사람은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고, 조금씩 변화를 시작한다. 그래서 치료는 무언가를 ‘잘 해내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과의 관계를 끝까지 책임지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그 관계의 끝에서, 사람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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