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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라곤'에서 민주적 경영의 가치를 배우자 - 1편 -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인간이 자본을 지배하는 세상
  • 기사등록 2023-11-08 19:28:04
  • 기사수정 2023-11-10 10: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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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준 희 학생기자



1. 내가 의학에서 경영학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과 비슷한 셀트리온의 창업 계기

 

 2학년 1학기를 마친 시점에서 나의 내신성적은 의학 관련된 계열의 진학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섭섭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제약 관련 서적으로 오인하고 선택한 ‘셀트리오니즘’은 예상과 달리 제약 관련 기업의 창업과 치열했던 경영의 내용으로 내게 신선한 충격을 연속적으로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생소했던 신약에 대한 연구 개발 과정, 임상 실험과 판매 허가, 그리고 생산 및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지만, 특히 서정진 회장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기업의 운영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의학에서 경영학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처럼 셀트리온의 태생도 처음부터 바이오 사업이 아니었다. 어떤 특정한 사업을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설립한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구상하며 사업을 시도하다가 바이오 사업을 시작하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책에는 '어쩌다 바이오'라는 소제목으로 셀트리온을 소개하고 있었다.


어쩌다?? 요즘 이 단어만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2. 셀트리온의 경영적 특성과 서정진 회장의 독특한 경영철학

 

 먼저 서정진 회장의 기업 목표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보다 얼마나 많은 환자를 살렸는가를 말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 했다. 개발된 신약의 가격을 올려서 매출과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기존의 약품과 같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신약을 개발, 생산하고 판매하겠다는 철학이 나를 강하게 매료시켰다.

 

 둘째로 직원에 대한 '스톡옵션' 제도였다. 직원들에게 너무 많은 스톡옵션을 지급한다고 주주총회에서 수많은 주주의 질타를 받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지급하면 더 많은 신약 개발과 실적을 통해 셀트리온의 성장과 더불어 배당으로 이어진다고 주주를 끝까지 설득했다. 그들은 셀트리온의 미래를 짊어질 고급 인력인 만큼 최대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우리 회사의 미래를 위한 것이고 그것은 결국 주주를 위한 일이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회사가 오랜 기간 적자인 중에도 서정진 회장은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월급만큼은 꼬박꼬박 주었다고 했다. 서 회장은 직원을 기업의 소모품이 아닌 미래의 성장동력이며 자원이라고 정의했고, 이러한 그의 마인드는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내게 상당히 신비롭기까지 했다.

 

 셋째로 긴 시간을 할애하는 '주주총회' 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주주총회는 간략하게 마치고 소액 주주들을 제외한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정보의 제공을 통해 경영에 협조를 구하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셀트리온의 주주총회는 소액 주주들에게도 모든 정보를 차별 없이 제공하고 논의하여 긴 시간이 소요되어도 합의점을 만드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이점을 진정한 민주적 기업경영이라고 생각했다.

 

 넷째로 서정진 회장은 개인의 능력보다 인간 그 자체를 중시한다. 그러나 서정진 회장도 자살 시도 이전까지 뜻에 따라주지 않는 직원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윽박질렀고 모든 임직원에게 늘 불만이었으며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자살을 결심한 후 마지막 인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임직원에게 사과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자 그들이 돕기 시작했던 것이다. 안 풀리던 일들이 풀렸고 혼자서는 결코 해내지 못하던 일들이 해결되었다. 서 회장은 "사업은 사장이 하는 게 아니었어요. 직원들이 하는 것이고 회사를 믿어주는 주주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기업 대부분이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떤 인재가 자리해도 상관없이 회사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요즘, 이와는 정반대의 기조를 가지고 성장한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셀트리온의 바이오 업계로 진입 방식의 독특함이다. 제약기업 대부분이 신약을 개발하면 그 가치에 대한 투자를 받아서 생산시설을 확보, 양산, 판매하는 성장의 형태에 반하여 셀트리온은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바이오의약품'을 대리 생산하는 형태로 시작했다. 의약품의 생산을 대행하면 전 세계의 바이오 제약회사가 고객이 되는데 셀트리온은 생산을 대리하게 된 그들의 항체의약품과 같은 기전을 가진 비슷한 ‘바이오시밀러’를 연구, 개발하여 가격이 매우 저렴한 복제약의 성공적 개발을 발표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것처럼 새로운 경쟁체제를 구축해 낸 것이다.

 


3. 느낀 점과 더 나은 경영방식의 검색 과정에서 발견된 몬드라곤

 

 셀트리온과 서정진 회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무모했다고 나는 생각했다. ‘바이오산업’이라는 매우 보수적인 업계의 특성에 진보적 도전은 당연히 제재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난을 이겨내야 했다. 사람의 목숨이 직결된 사업인 만큼 가치가 크고, 가치가 큰 만큼 제약회사는 이것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책의 내용에서 많이 드러났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무시, 조롱, 저항, 승리’의 모든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됐으며, 바이오산업의 보수성만큼이나 그 각각의 과정과 시간이 길고 험난했다. 서정진 회장은 자살을 결심할 만큼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입었지만, 그 과정을 모두 뚫어내고 14조 원이라는 엄청난 자산을 손에 넣었다. 이렇게 두꺼운 벽을 뚫어냈다는 것,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대단하긴 하지만,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울러 바이오 분야라서 나에겐 재밌었지만, 오히려 가장 인상이 깊었던 내용은 바이오와는 관련이 없는 경영과 투자였던 걸 보면 창업과 경영에 대한 길을 찾는 것 역시 시대적 흐름이나 블루오션을 발굴하는 것이 아닌 올바른 마음과 자세에서 비롯된 창업정신이라고 느꼈다.

 

 셀트리온을 통해 경영에 대한 호기심이 커가던 무렵에 민주적 경영, 협동과 연대, 사람과 직원 중심, 조직과 자본과 기술을 도구로 생각, 등의 키워드가 주류를 이루는 몬드라곤의 협동조합기업 경영방식을 만나게 되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어서 몬드라곤 그룹형 협동조합기업을 샅샅이 훑어볼 계획이다. 자본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 아니라 자본을 지배하는 인간들의 세상, 몬드라곤으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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