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경기권역장

2026년 8월 3일, 재정경제부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잠재성장률 반등 지원, 서민·중산층·청년 등 민생지원, 공정과세를 위한 조세개혁, 세제합리화 및 납세편의 제고를 기본 방향으로 내세웠다. 11개 세법이 한꺼번에 바뀌는 이번 개편안의 5년간 세수 효과는 3조 4,430억 원으로 추산되며, 조세지출 241건 중 115건이 정비된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고,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정책을 두고 전면 재검토를 주문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세제개편안이 이렇게까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18년 금융 현장에서 세제 변화를 지켜본 필자의 시각으로 쟁점과 기대, 병폐, 그리고 사회적 파장을 하나씩 짚어보겠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부동산 세제 개편이다. 부동산 세제는 주택 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 중심으로 개편해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을 낮추고, 고가·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이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아지며, 거주 기준은 14억 원, 비거주 기준은 9억 원으로 이원화된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2029년부터 10년 이상 실제 거주한 경우에만 최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거주 중심으로 완전 전환된다. 문제는 이 개편의 실효성이다. 지난해 거주용 1주택 종부세 납세자 48만 577명 가운데 과세표준 6억 원 이하인 시가 약 32억 2,000만 원 이하 납세자가 39만 7,216명으로 82.7%에 달했다.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14억 원으로 높이면서 종부세 납세자 10명 중 8명은 세 부담이 줄어드는 가격대에 몰려 있다. '마용성' 한강벨트 아파트 상당수가 이 구간에 해당한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이번 개편을 "일정 가격 이하의 부담은 덜어주고 고가 주택의 부담은 높이는 하박상후 구조"라고 평가했다.
둘째는 ISA 개편 쟁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에는 ISA 한도 이월 폐지와 계약 기간 축소 등이 담겼다. 동시에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해 국내 주식·국민성장펀드 등에 투자하면 이자·배당소득 전액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기존 ISA의 장점이었던 한도 이월과 장기 운용 복리 효과를 제한하면서 새로운 국내 전용 계좌로 유도하겠다는 설계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고 질타했고, 이후 재경부는 ISA 개편안에 대한 재검토에 돌입했다.
셋째는 성장 지원 세제다. 국내생산·중소기업·벤처투자·지방 고용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했다. 국내생산세액공제, R&D, 투자세액공제에 지방기업에 대해 공제율을 최대 1.5배 우대 적용하는 지방우대계수를 신설했다. 근로장려금은 문턱을 낮추고 지급액을 최대 360만 원으로 높였다. 가업승계 부문에서는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최대 1,000억 원으로 확대됐고, 제3자 사업승계의 경우에도 매도자에게 양도소득세 20% 감면, 매수자에게는 5년간 소득세·법인세 10% 감면 혜택이 신설됐다.
넷째는 비과세·감면 정비다. 하이브리드차 등 일부 비과세·감면을 종료하거나 축소하고, 출산·혼인·대중교통 관련 일부 지원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했다.
기대 효과는 분명히 있다.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세제는 갭투자와 투기성 보유를 억제하고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국내생산세액공제와 지방 우대세제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유인이 될 수 있다. 근로장려금 확대는 저소득 근로 가구의 실질 소득을 높이는 직접적 효과가 있다. 생산적 ISA는 서학개미들의 해외 자금 유출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돌리려는 정책적 의도가 명확하며, 국내 주식 장기 투자자에게는 실질적인 절세 수단이 된다.
그러나 병폐도 만만찮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세제의 복잡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세법이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조세 형평성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거주·비거주 이원화, 단계별 적용 시기 차등, 가업승계 심사위원회 신설 등 복잡한 구조는 세무 전문가조차 즉시 판단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보와 전문가 접근성이 높은 고자산가에게 유리하고, 세금 설계 역량이 없는 중소 자산가와 서민은 규정을 이해하기 전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부와 청와대가 세 부담 증가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인상 폭과 시행 속도를 조절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사회적 파장도 이미 시작됐다. 입법예고 기간 부동산 세제 관련 국민 의견이 4,000건을 돌파했고, ISA·종부세·양도세 등 전방위적인 수정 요구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여당조차 "정신 차려라"며 비판하면서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정책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이번 개편안은 2026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구조이므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원안이 얼마나 수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18년 금융 현장에서 필자가 세제 변화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다. 이 세제가 '누구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가'다. 부동산 세제가 실거주를 장려하겠다는 취지라면, 그 신호가 시장에 충분히 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가업승계 지원이 중소기업 생태계를 살리겠다는 목적이라면, 심사 요건이 현실적이어야 한다. ISA 개편이 국내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것이라면, 기존 투자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 세제는 숫자가 아니라 신호다. 그 신호가 명확하고 일관될 때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으로 반응한다.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 세제는 불확실성을 키우고, 불확실성은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킨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개혁으로 남을지, 절반의 시도로 끝날지는 9월 정기국회 심의 결과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세금을 누가 더 내고 덜 내는가'라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 이 세제가 어떤 경제 구조를 만들고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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