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경제전문기자
[사이버타임즈(cybertimes)=이민희 경제전문기자]

고소득 전문직 고객을 상대로 자산관리 상담을 하다 보면, 상품 하나를 잘 고르는 것보다 어느 계좌에 담느냐가 세후 수익률을 더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해외ETF가 대표적이다. 일반 계좌로 투자하면 매매차익에 15.4%가 과세되고,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되어 종합과세 구간으로 밀려 올라갈 위험까지 떠안게 된다. 이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해소해주는 도구가 ISA,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다.
현재 ISA는 연간 2,000만 원, 총 1억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일반형은 순수익 200만 원, 서민형·농어민형은 400만 원까지 비과세된다. 한도를 넘긴 수익도 15.4%가 아닌 9.9%의 저율 분리과세로 처리된다. 의무 가입 기간은 3년이며, 계좌 안의 여러 상품 손익을 합산해 순이익 기준으로 과세한다는 점이 이 계좌의 본질적인 강점이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직상장된 해외ETF는 ISA에 편입할 수 없다. 대신 국내 증권사가 운용하는,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국내상장 ETF는 편입이 가능하다.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글로벌 배당주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상장 ETF를 활용하면 해외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ISA의 세제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비과세 한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익통산이다. 변동성이 큰 해외지수 ETF에서 수익이 나고 다른 상품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계좌 내 순이익 기준으로 정산되기 때문에, 자산 성격이 다른 상품을 한 계좌에 함께 담아 세후 수익률 전체를 관리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3년 만기 이후의 선택도 설계의 연장선이다. ISA는 해지하지 않고 연금계좌로 전환할 수 있고, 전환 금액의 10%, 최대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한도가 추가로 생긴다. 은퇴 자산을 함께 준비하는 고소득자라면 ISA에서 연금계좌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편이 효율적이며, 만기 자금을 인출하지 않고 그대로 이체하면 과세이연 효과도 끊기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2026년 8월 정부가 ISA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입법예고 단계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부 수치는 조정될 수 있다. 다만 방향성 자체는 여러 안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만큼, 확정을 기다리기보다 지금부터 대비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먼저 계좌부터 개설해 3년 시계를 미리 돌려두는 것이 첫 순서다. ISA는 가입일 기준으로 의무 가입 기간이 산정되기 때문에, 한도가 낮은 지금이라도 계좌를 만들어두면 한도 확대 이후 새로 가입하는 것보다 만기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이월 납입 제도의 존폐가 불확실한 만큼, 올해 한도는 가급적 소진해두고 개편안 확정 이후 이월 규정을 다시 확인하는 순서가 안전하다. 편입할 국내상장 해외ETF 유니버스도 미리 정리해두면, 한도가 열리는 즉시 순차적으로 채워 넣을 수 있다.
3년 만기가 임박한 기존 계좌는 해지 대신 연장을 택해야 한다. 해지 후 재가입하면 비과세 한도가 리셋되고, 확대된 한도의 수혜를 받기까지 다시 3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이들도 가입할 수 있는 유형이 신설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는 만큼, 확정 즉시 가입할 수 있도록 서류와 자금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연금계좌 세액공제 추가 한도도 유지되는 방향이므로, 확대된 ISA 납입액이 이후 연금저축·IRP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납입 스케줄을 함께 설계해두는 편이 좋다.
개편안은 아직 확정된 법이 아니다. 수치를 근거로 단정적인 약속을 하기보다, 방향성에 대비한 순서를 미리 잡아두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접근이다. 해외ETF 투자와 절세 전략을 함께 설계한다는 것은 결국 상품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계좌 구조와 세제 흐름 전체를 이해하는 문제다. 특히 자녀가 해외에 거주하거나 유학을 계획 중인 자산가라면, 국내 ISA 운용과 해외 자산배분을 함께 놓고 보는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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