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경기권역장

2026년 9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대표발의됐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건설과 대지 조성에 필요한 비용을 주택도시기금 지원 대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발의 의원은
이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면 강남에 30평대 아파트를 3억 원대에 분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뉴스가 나오자마자 반응은 뜨거웠다. "드디어 집값 잡는 정책이 나왔다"는 기대와 "말이 되느냐"는 회의론이 동시에 쏟아졌다. 필자는 18년 금융 현장에서 자산 배분을 다뤄온 사람으로서, 이 법안이 담고 있는 숫자의 진실을 먼저 짚어보고 싶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원리는 단순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토지 소유권을 갖고, 분양 계약자는 건물 소유권만 보유한다. 분양가에서 토지비가 빠지는 대신, 입주자는 매달 공공에 토지 임대료를 납부하는 구조다. 강남 아파트 가격의 상당 부분이 토지 가치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논리는 성립한다. 문제는 그 이론이 현실 숫자와 만나는 순간이다.
올해 서울 마곡에서 공급된 전용 84제곱미터, 약 30평대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건물값은 이미 4억 원을 넘었다. 토지비를 뺀 건물값만 4억 원이다. 여기에 매달 납부해야 하는 토지 임대료가 100만 원에 가깝다. 30년으로 단순 환산하면 임대료만 3억 6,000만 원이다. 건물값 4억 원과 합산하면 총 부담은 7억 6,000만 원에 달한다. 강남이라면 토지 가치가 더 높으니 임대료도 더 높아질 것이다. 3억 원대라는 숫자는 초기 분양가 기준이고, 총 거주 비용으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금융인으로서 말하자면 이것은 원금을 나눠 내는 구조가 아니라, 원금은 줄이고 이자를 늘리는 구조에 가깝다.
수요 자체는 압도적으로 실재한다. 마곡 10-2단지 뉴홈 3차 사전청약에서 260가구 모집에 약 1만 8,000명이 몰렸고, 청년 특별공급 최고 경쟁률은 187대 1을 기록했다. 초기 분양가가 낮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장에서 이 정도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주택 구매 접근성에 대한 절박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 수요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역사는 신중하게 볼 것을 요구한다. 1970년 입주한 서울 중구 회현제2시민아파트는 대표적인 토지임대부 방식 주택이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철거와 보존 정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서울시가 보상 후 퇴거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들은 보상금이 낮다며 지금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재산권 행사와 재건축에서 구조적 어려움을 겪은 실제 사례다. 국회에는 거주 10년 후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하자는 별도 법 개정안도 논의된 바 있다. 전매 제한과 재산권 문제가 여전히 핵심 쟁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18년 동안 자산 배분을 다루면서 필자가 일관되게 강조해온 원칙이 있다. 어떤 자산이든 초기 취득 비용만 보는 것은 절반의 분석이라는 것이다. 총 보유 비용, 유동성, 처분 가능성, 재산권의 완전성을 함께 봐야 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분명한 정책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매달 나가는 토지 임대료가 대출 이자와 다를 바 없는 고정 지출이 되고, 향후 매각이나 담보 활용에 제약이 따른다면 자산으로서의 완성도가 낮아진다. 집은 거주 공간이자 자산이다. 이 두 기능이 균형을 갖추지 못한 주택 정책은 단기적 수요 해소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입주자의 자산 형성에 기여하지 못할 수 있다.
이 법안은 현재 발의 단계다. 국회 상임위 심의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재정 지원 규모와 세부 조건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심의 과정에서 총 거주 비용, 재산권 보호 방안, 공공 재정 부담의 지속 가능성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논의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부동산 정책 변화는 내 집 마련 계획과 자산 포트폴리오에 직접 영향을 준다. 헤드라인의 숫자보다 그 숫자 뒤에 숨은 조건을 먼저 읽는 습관이 자산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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