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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의 노후, 국가도 개인도 준비가 덜 됐다
  • 기사등록 2026-10-21 08:44:59
  • 기사수정 2026-10-21 08: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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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타임즈(cybertimes)=김충환 금융전문기자]



지금 40대와 50대는 한국 역사상 가장 복잡한 노후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세대다. 부모 세대는 자녀가 노후를 책임진다는 암묵적 계약 위에서 살았고, 20~30대는 아직 시간이 있다. 그러나 4050은 부모를 부양하면서 동시에 자녀를 지원해야 하고, 정작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이중 부담 구조 안에 놓여 있다. 여기에 연금 시스템의 구조적 불안, 퇴직연금의 낮은 실질 수익률, 부동산에 묶인 자산 구조까지 겹치면서 노후 준비는 의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과제가 됐다.


한국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25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40~50대 응답자의 90.5%는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실제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3%에 불과했다. 문제는 준비를 못 하는 이유가 단순히 소득 부족이 아니라는 점이다. 은퇴 후 자녀 교육비로 평균 4,629만 원, 자녀 결혼 지원에 평균 1억 3,626만 원이 필요하다고 예상하면서, 정작 본인이 받게 될 퇴직금 평균 추정액은 1억 6,741만 원에 그쳤다. 자녀를 위해 노후 자산을 소진하는 구조다. 4050 세대 중 67.9%가 "은퇴 후 자녀 지원 부담이 크다"고 응답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이 세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고백이다.


국가가 설계한 노후 안전망의 첫 번째 축인 국민연금은 구조적 한계를 이미 공식 지표로 드러내고 있다. 2023년 발표된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0년에 약 1,755조 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급격히 축소돼 2055년에 고갈된다. 이는 4차 추계(2057년 고갈) 대비 2년 더 앞당겨진 것이다. 수지 적자 전환 시점도 2041년으로 1년 당겨졌다. 1990년대생 이후 세대는 현행 구조 아래서 단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는 더 이상 과장된 우려가 아니다.


이에 국회는 2025년 3월 20일 18년 만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핵심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인상해 2033년까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1.5%에서 43%로 상향하는 것이다. 법 개정으로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은 잡혔지만, 전문가들은 이 개혁이 재정 고갈 시점을 일부 늦출 뿐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데 공통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안정적·지속적 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법 조문에 명시됐지만, 그 보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두 번째 축인 퇴직연금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141조 6,000억 원에 달했지만, 이 중 67.0%인 94조 8,000억 원이 원리금보장형 예금 상품에 묶여 있었다. 2022년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활용 비율도 DC형 전체의 24.3%에 그쳤고, 그나마 그 자금의 88.9%가 다시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됐다. 제도 도입 취지인 수익률 제고는 사실상 실패에 가까운 상태다. 저금리 시대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인 노후 자산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질 손실을 구조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노인빈곤율은 이 구조의 최종 결과물이다. 통계청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3년 기준 39.8%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24년에는 37.7%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1위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4.7%가 본인 또는 배우자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녀·친척으로부터 지원받는 비율은 13.1%로 10년 전 대비 15.5%포인트나 줄었다. 전통적인 가족 부양 시스템은 이미 사실상 해체됐고, 국가 시스템은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고 있으며, 개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것이 지금 40~50대가 마주하고 있는 구조적 현실이다.


그렇다면 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국민연금 수령 시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국민연금은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출 경우 1개월 연기마다 0.6%포인트씩 연금액이 증가해 최대 5년 연기 시 36% 추가 수령이 가능하다. 기대수명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개인별 최적 수령 시점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연금저축(IRP 포함)의 세액공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연금저축계좌는 연 600만 원, IRP를 합산하면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 한도를 채우지 않는 것은 국가가 제공하는 세제 혜택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셋째, 퇴직연금 DC형 가입자라면 적립금 운용 방식을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전액 방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실질 가치를 훼손한다. 분산 투자 관점에서 TDF(Target Date Fund)나 혼합형 자산 배분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모수 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은 이번 법 개정으로 일단락됐지만, 국민연금과 공무원·군인·사학연금 간의 형평성 문제, 가입 기간이 짧아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프리랜서에 대한 제도 보완, 퇴직연금 사외적립 의무화 확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의 구조 개혁이 속도를 내야 한다. 노후 소득 보장 체계는 국민연금(1층), 퇴직연금(2층), 개인연금(3층)의 3층 구조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미 정책 담론에서 확립됐지만, 현실에서는 1층만 지어진 채 2층과 3층 공사가 멈춰 있는 것과 다름없다.

4050이 노후 준비를 미루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다. 자녀 교육, 부모 부양, 주택 유지라는 3중 지출 


구조 속에서 연금 자산을 적립할 여력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국가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과 개인이 가능한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선택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해야 할 과제다. 4050의 노후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40~50대가 무너지면, 그 다음 세대의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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